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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배움터 한계 (일회성 교육, 지속 학습, 현장 격차)

호풍이 2026. 5. 7. 09:08

 

사회복지 현장에서 어르신 대상 디지털 교육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어르신이 키오스크 실습 화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시다가 헛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이게 사람도 아니고 어디다 묻나."

그 말씀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배움터의 수료자 66.2%가 60대 이상이라는 통계는 분명 고령층의 학습 의지를 증명하지만, 현장에서 제가 직접 목격한 현실은 그 숫자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배움에 한계를 느끼는 어르신

 

1. 디지털배움터 한계는 일회성 교육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교육 사업은 수료 인원이 늘어날수록 성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북 디지털배움터가 5만여 명을, 부산이 7만 646명을 교육해 목표 대비 162%를 달성했다는 수치만 보면 분명히 성공입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본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교육이 끝난 뒤, 어르신들이 배운 것을 실제로 쓰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카카오톡 사용법을 배운 분이 집에 돌아가면 앱은 이미 업데이트되어 있고, 화면 구성이 바뀌어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단순히 기기 조작법을 아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이 능력이 길러지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서울사업단이 개발한 매장 전용 에뮬레이터는 그나마 질적 개선의 좋은 시도였습니다. 에뮬레이터란 실제 서비스 환경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 실습 도구를 말합니다. 마트 무인계산대나 영화관 예매 앱을 실제처럼 따라 해볼 수 있게 구현한 것인데, 사용 소요시간이 57.7% 줄고 이용 의향이 45.7% 올랐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 다음 단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없으면 그 효과는 교육장 문을 나서는 순간 희미해집니다.

 

2. 강사 부족과 지속 학습의 부재

현장에서 제가 느낀 또 하나의 문제는 강사 인력이었습니다. 전북의 경우 122명의 지역 ICT 인재를 신규 고용했다고 했지만, 5만 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ICT란 정보통신기술의 약자로, 디지털 교육 현장에서 강사 역할을 맡는 핵심 인력풀을 뜻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강사 규모의 최소 3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강의실에 처음 들어오신 어르신들의 떨리는 손을 보며, 저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디지털 교육에서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구조의 한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앱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배운 내용이 빠르게 낡아버림
  • 교육 이후 심화 학습으로 이어지는 공식 경로가 거의 없음
  • 교육받은 기술을 실생활에서 활용할 제도적 기회가 부족함
  •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교육 인프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함

국가 차원에서 2026년이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말은 디지털 환경의 복잡도가 앞으로 더 빠르게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AI 튜터를 제시하는 건, 수영을 못 하는 분에게 고급 수영 장비를 건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AI 학습 동반자나 디지털학습 계좌제 같은 정책 제안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정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들은 이미 디지털에 대한 관심과 기초 접근성이 있는 분들에 한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3. 현장 격차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다

디지털 포용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디지털 포용이란 기술적 접근성 확보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디지털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괄적 정책 방향을 뜻합니다.

2026년 디지털배움터를 69곳으로 확대할 계획이 발표됐지만, 전국 2,000개 이상의 지자체 규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제 경험상, 어르신들이 디지털을 어려워하시는 이유는 기능을 몰라서만이 아닙니다. 사람과 마주 앉아 묻고 답하는 방식에 익숙한 분들에게, 화면 너머의 시스템은 그 자체로 낯설고 의심스러운 존재입니다.

"이게 사람도 아니고 어디다 묻나"라는 말에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튜터나 에뮬레이터 같은 도구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이 직접 옆에 앉아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도 커진다고 봅니다.

지역 격차 문제도 여전히 뾰족한 해법이 없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의 디지털배움터는 상대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인구 10만 미만의 중소도시나 농어촌에는 교육 인프라 자체가 희박합니다. 정책이 닿는 분들과 닿지 못하는 분들 사이의 경계가, 현장에서 보면 생각보다 훨씬 뚜렷합니다.

디지털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기술은 계속 변하고, 어르신들이 그 속도를 온전히 따라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4. 마지막 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복지 현장

그렇다면 정책이 모두를 안을 수 없는 부분에서, 사회복지 현장이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은, 디지털 교육이 잘 되는 분들은 이미 디지털에 관심이 있거나 저항감이 적은 분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정책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정책의 손길이 닿기 어렵습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누군가 옆에 앉아 같은 화면을 천천히 함께 보는 시간, 모르는 게 부끄럽지 않은 분위기, 의심스러운 화면 앞에서 안심시켜줄 수 있는 친숙한 목소리. 그게 끝까지 남아야 할 가장 인간적인 형태의 디지털 교육이라고 제 경험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이건 어르신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디지털 격차에 노출되는 모든 사람에게 — 장애인,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까지 —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정책이 빠르게 달려가는 동안 누군가는 그 뒤에 남는 분들 곁을 지켜야 한다고, 사회복지 현장이 그 자리를 떠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정책 또는 교육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참고: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디지털인사이트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