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독사 AI 살핌 (사각지대, 아웃리치)

문이 안 열립니다. 인터폰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 우편함은 가득 차 있고, 이웃은 "그 집 분, 본 지 한참 됐는데요"라고 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제가 직접 마주쳤던 장면입니다. 그 문 앞에서 돌아설 때마다, '여기까지가 복지의 한계구나' 싶었습니다. 그 한계에 데이터가 먼저 닿을 수 있다면 어떨까. 전북에서 그 질문에 답을 내놨다는 소식을 보고, 이번엔 좀 다르게 봤습니다.
1. 중장년 고독사 AI 살핌, 문이 안 열리던 자리에 데이터가 닿는다
문이 안 열립니다. 인터폰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 우편함은 이미 가득 차 있고, 이웃은 "그 집 분, 본 지 한참 됐는데요"라고 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제가 직접 마주쳤던 장면입니다. 그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할 때마다, '이게 복지의 한계구나' 싶었습니다. 그 한계에 데이터가 먼저 닿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전북특별자치도가 그 질문에 실제로 답을 내놨습니다.
사회복지에서 아웃리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웃리치란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서비스를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복지 주체가 먼저 다가가는 접근 방식을 말합니다. 말은 쉽지만, 제 경험상 이건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은 어쨌든 시스템 안에 들어와 계신 분들입니다. 진짜 위기에 처한 분들은 오히려 시스템 바깥에 있습니다.
통·반장 연계, 우편함 모니터링, 전기·가스 검침원 협력, 이웃 통보 시스템까지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지만, 결국 사람이 직접 문 앞까지 가야 하는 구조였고 그 문이 안 열리면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돌봄사각지대, 중장년 1인가구가 가장 손이 안 닿는 자리
특히 중장년 1인가구가 더 어렵습니다. 노인 가구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방문 돌봄 같은 접점이라도 있는데, 중장년은 그런 연결고리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40~64세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동안 돌봄 체계가 노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중장년은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던 겁니다.
저도 현장에서 이 공백을 체감하면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분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며,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숫자는 늘어나는데 그에 맞는 돌봄 체계는 따라오지 못했던 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이 한계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기술이 실마리를 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전북특별자치도의 이번 발표를 처음 봤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복지 기술 사업은 흔히 이름만 거창하고 실제 작동은 불분명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 'AI 안부든든 살핌서비스'는 구조가 꽤 단단해 보였습니다.
3. AI 살핌서비스, 거창하지 않은 기술이 정확한 자리에 쓰였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사물인터넷 기반 생활 데이터 분석입니다. 사물인터넷이란 가전·계량기 등 일상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서비스에서는 전력·수도·통신 사용량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사용량이 평소보다 급격히 줄거나 장시간 아무 반응이 없을 때 이상징후로 판단하고, 즉시 담당 기관에 알림이 발송되는 구조입니다.
알림을 받은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와 전북사회서비스원이 24시간 긴급 출동해 대상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합니다. 위기 상황이 확인되면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사후 관리까지 이어집니다.
기술로 이상을 감지하고, 사람이 출동해 확인하고, 복지가 연결되는 3단계 구조입니다.
이 서비스의 운영 체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사업 총괄 및 시군 협조 체계 구축
-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 전력·수도·통신 데이터 수집, AI 이상징후 분석, 현장 출동
- 전북사회서비스원: 안부 확인, 복지 서비스 연계, 사후 지역사회 정착 지원
제가 이 구조를 보고 좋다고 느낀 이유는 하나입니다. 방문을 거부하는 은둔형 고립가구에도 닿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은둔형 고립가구란 외부와의 접촉을 스스로 차단한 채 생활하는 가구를 의미하며, 기존의 방문 중심 복지로는 손이 닿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압니다.
문을 두드릴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생존 신호를 읽어야 합니다. 전력 사용량 데이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중장년 고독사 AI 살핌서비스의 의미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닿은 자리에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복지가 손을 뻗어도 닿지 못했던 닫힌 문 앞, 노인 중심 돌봄 체계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나 있던 중장년 1인가구, 방문 자체를 거부해온 은둔형 고립가구. 전력 사용량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데이터가 그 자리에 먼저 가닿을 수 있다는 발상은 단순하지만 정확합니다.
제가 사회복지 시각에서 마지막까지 강조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사회복지의 핵심은 결국 발견하는 일이고, 발견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닿지 않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숙제, 시범 35명이라는 작은 규모, 향후 확대 과정의 검증 같은 과제는 분명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제들은 '발견의 방식 자체를 바꾼 시도'라는 출발점 위에서 풀어가야 할 다음 문제들입니다.
이런 시도가 전북에서 끝나지 않고 비슷한 공백을 안고 있는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데이터가 닿기 전에 사람의 눈길이 먼저 닿을 수 있는 자리도 우리 일상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오래도록 연락이 닿지 않는 중장년 이웃이 떠오르신다면, 오늘 한 번쯤 그 이름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복지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