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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장애인 고용 (뉴로다이버시티, 보조공학, 인식 개선)

호풍이 2026. 5. 7. 16:30

국내 장애인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4.9%로, 비장애인 고용률 68.7%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이 격차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연결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i 활동지원인과 사람 활동지원인의 도움으로 일을 하는 장애인

1. AI 장애인 고용의 새 무대, 뉴로다이버시티

제가 현장에서 만난 한 발달장애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숫자와 패턴을 다루는 속도가 또래 중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엑셀 데이터를 훑으며 오류를 찾아내는 속도가 제 눈에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로 연결하는 길은 너무도 좁았습니다. 면접 기회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청년 같은 사례가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SAP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적극 채용하는 이유는 자선이 아닙니다. 뉴로다이버시티 때문입니다. 뉴로다이버시티란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며, 그 다름이 특정 직무에서 오히려 압도적인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소프트웨어 테스팅이나 사이버 보안 관제처럼 수천 줄의 코드와 데이터 로그를 집중해서 살펴야 하는 업무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중력이 금세 흐트러지는 이 업무에서, 자폐 성향의 인재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상 징후를 잡아내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검증하는 'AI 윤리 검증관' 같은 직무는 이들에게 최적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는 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해 자율주행 데이터 가공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데이터 라벨링이란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지나 텍스트에 정보를 표기하는 작업으로, AI 개발의 필수 기반이 되는 공정입니다. 이 분야에서 장애인의 세밀한 집중력이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다만 저는 한 가지 걱정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 이미지 분류 같은 기초 라벨링 작업은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 가공에 머무르지 않는 질적 전환입니다.

 

 

2. 보조공학으로 열린 새로운 통로, 분신 로봇 카페

일본 도쿄 니혼바시의 '분신 로봇 카페'에는 로봇 '오리히메'가 테이블 사이를 오갑니다.

이 로봇을 조종하는 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루게릭병이나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목 아래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이,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로봇을 조종해 손님을 맞이하고 음료를 추천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가슴이 한참 뛰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났던 척수 손상 후 침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셨던 분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자주 하셨던 말씀은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능력을 세상으로 연결해 줄 통로가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아바타 로봇이 바로 그 통로입니다. 아바타 로봇이란 사용자의 신체적 이동 없이도 원격으로 현실 공간에서 작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격 제어 로봇을 뜻합니다. 이 기술은 '일하려면 몸이 있어야 한다'는 노동의 오랜 전제를 기술로 지워버립니다.

보조공학 기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보조공학 기기란 장애인이 일상이나 직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 도구 전반을 말하며, 시선 추적 장치,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의사소통 보조 앱 등이 포함됩니다. AI 기반 생성형 도구들이 여기에 결합되면서, 복잡한 사고 과정의 보조까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뉴로다이버시티 관점에서 AI 시대에 장애인 고용이 확장될 수 있는 직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소프트웨어 테스팅, AI 알고리즘 편향성 검증, 데이터 정합성 분석
  • 청각장애인: 수어 번역 AI 언어 데이터 구축, 자막 품질 검수
  • 시각장애인: AI 음성 서비스 감성 품질 테스트, 오디오 콘텐츠 접근성 평가
  • 발달장애인: 스마트팜 작물 상태 관리, 반복 패턴 데이터 처리

 

3. 이중 비용의 역설, 사업주 입에서 들은 진짜 현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쳤던 풍경은 따로 있습니다.

면접 자리까지 잘 닿은 장애인 구직자가 있었는데, 사업주가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애인 채용은 부담이 너무 크다."

보조공학 기기 도입 비용, 지원인력 배치, 동료 직원 교육까지 감당하려면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분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부담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구조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중 비용의 역설을 봤습니다. AI와 보조공학 기기가 발전하면 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칼럼의 주장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 도구를 도입하는 데 비용이 들고, 그 기술을 쓰면서도 사람의 지원인력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AI 기기 비용에 인건비가 더해지는 이중 구조가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에 들어가는데, 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면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결국 일부 시범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2023년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사업체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가 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AI 기술이 침대 옆에 놓여 있어도,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일터가 열려 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제도의 문제입니다.

 

 

4. 인식개선이 가장 궁극의 답이다

결국 제가 현장에서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아무리 좋은 AI와 보조공학이 개발되어도, 사업주가 장애인을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쓰이지 않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답은 장애 인식 개선 교육에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사람의 인식이 따라오지 않으면 기술은 그냥 기술로 남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인식이 바뀌는 건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장애인 동료와 실제로 일해본 경험 한 번에서 시작됩니다.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야 합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있지만 불이행 사업체가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정부가 보조공학 기기 도입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직장 내 동료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며,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학교부터 직장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 가야 합니다.

AI가 장애인에게 '아이언맨의 수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저도 깊이 동의합니다. 다만 그 수트를 입고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일터의 문이 먼저 열려야 합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준비해야 할 것은 우리의 인식입니다. 장애인을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AI 시대 장애인 고용의 진짜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채용·인사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참고: 출처: 고용노동부

참고: 에이블뉴스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