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시락 나눔 (결식아동, AI 식수 예측, 복지사각지대)
복지관에서 결식 아동 도시락 사업을 거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영양사 선생님은 매일 아침 메모지 한 장으로 그날의 식수를 가늠하셨습니다. 나주시에서 AI 식수 예측 시스템으로 빛가람동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보고, 그 메모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1. AI 도시락 나눔과 결식 아동, 메모지 한 장이 굴리던 시스템
"오늘 ○○이는 학교 안 갔다 했지?", "△△네는 할머니가 병원 가셔서 한 분 더 잡아야 해." 제가 복지관에서 직접 봤던 장면입니다. 사람의 기억과 경험이 전부인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두 가지 사고가 반복됐습니다. 도시락이 남거나, 모자라거나.
남으면 영양사 선생님이 죄책감을 느끼셨고, 모자라면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죄책감을 느끼셨습니다. "오늘 ○○이는 그냥 라면으로 때웠대요"라는 말 한마디에 회의실이 조용해지던 공기를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그 자리에서 저도 가끔 생각했습니다. 이걸 왜 사람이 다 머리로 굴려야 하지?
그 질문에 기술이 조금씩 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나주시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추진 중인 이번 사업이 그 예입니다. 핵심은 AI 식수 인원 예측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식수 인원 예측 시스템이란 과거 이용 데이터와 외부 변수를 학습해 특정 날의 급식 수요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사람의 기억 대신 데이터가 그날의 도시락 숫자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 인구는 2024년 기준 약 690만 명 수준이며, 그중 한부모·조손가구 등 결식 위험에 노출된 아동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 결식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 결식을 추적하고 메우는 손이 부족한 것이 현장의 진짜 문제입니다.
이 시스템은 원래 KCA 구내식당의 잉여 급식을 줄이기 위해 운영되던 것입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이미 돌아가던 자원을 복지 쪽으로 방향만 틀었다는 점에서, 예산 효율성(비용 대비 복지 산출 비율)이 높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새 예산을 대거 투입하지 않고도 복지 서비스를 만들어낸 방식입니다.
사업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나주시 빛가람동 취약계층 50명
- 제공 방식: 주 3회 반찬 도시락
- 예산: 총 3,000만 원 (전라남도비 1,500만 원, 나주시비 1,500만 원)
- 운영 주체: 나주시 빛가람동행정복지센터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협력
2. AI 식수 예측이 메운 빈자리, 그리고 메우지 못한 빈자리
이 사업을 보면서 저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박수, 하나는 멈칫함.
박수를 치고 싶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머신러닝 기반 수요 예측 모델을 복지 현장에 접목한 방식이 영리하기 때문입니다. 머신러닝이란 컴퓨터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패턴을 찾아내는 기술로, 급식 수요처럼 반복되는 데이터에 특히 잘 맞습니다. 제가 직접 봤던 메모지 시스템과 비교하면, 예측 정확도 면에서 차원이 다른 접근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멈칫하게 되는 풍경도 있습니다. 도시락을 받으러 오시던 한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손주 둘을 키우시던 분이었는데, 도시락을 받아 가시면서 늘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거 안 받아도 되는데, 미안해서…" 결식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도시락 하나에 할머니의 자존심, 가족의 가난, 동네의 시선이 다 얹혀 있었습니다.
AI가 식수를 정확히 예측해도, 그 할머니의 죄책감까지 예측하거나 덜어주지는 못합니다. 복지 현장에서 말하는 복지 사각지대(welfare blind spot)란 단순히 서비스가 닿지 않는 지역만이 아니라, 서비스가 닿아도 수치심 때문에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합니다. 이 사각지대는 AI가 아니라 사람과의 신뢰 관계로만 메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결식 우려 아동 현황 자료를 보면, 지원 대상으로 등록된 아동보다 실제 결식 위험군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시스템이 정교해져도, 그 시스템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바깥에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는 데이터로 잡히지 않습니다. 데이터로 잡히는 순간, 그건 이미 사각지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AI는 늘 '이미 보이는 것'만 더 정확하게 만들 뿐, '안 보이는 것'을 보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결식 아동 문제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
3. 기술과 예산이 만난 복지 사각지대, 이 사업이 남기는 질문
이번 사업의 공공데이터 활용 방식은 분명 확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공데이터(public data)란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개방해 민간이나 타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를 말합니다. KCA의 구내식당 운영 데이터를 복지 사업에 연계한 이번 모델은,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도 공공 영역의 AI 활용을 '국민 체감형 AI 서비스'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그중에서도 복지·돌봄 분야는 AI가 기존 자원을 재배치하는 형태로 가장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힙니다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나주시 사례는 그 모범 답안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3,000만 원이라는 사업비 앞에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빛가람동 50명, 주 3회. 이 숫자가 작다는 게 아닙니다. 그 50명에게는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다만 전국 결식 우려 아동 규모와 비교했을 때, AI까지 동원한 이 정교한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곳에 뻗어나갈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이건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업이 확산되려면 단순히 기술 복제가 아니라 예산 구조의 복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자체와 이전 공공기관의 협력이라는 모델 자체는 유효합니다. 전국에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 구내식당들이 모두 이 방식을 채택한다면, 숫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혁신도시 현황).
제 경험상 복지 현장에서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사람이 덜 소모될 때입니다. 영양사 선생님이 메모지 대신 데이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아낀 에너지가 할머니의 죄책감을 알아채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AI가 복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복지 하는 사람이 사람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되는 것. 그게 이 사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번 나주시의 시도가 단순한 홍보용 파일럿(pilot, 본격 확산 전 소규모로 테스트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50인분의 도시락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데이터로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음 예산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때, 이 사업은 비로소 복지 기술의 진짜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참고
- 출처: 헤럴드경제 - 나주시-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AI 활용 '도시락 나눔 사업' 실시
- 출처: 통계청
- 출처: 보건복지부
-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 출처: 국토교통부 혁신도시 현황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복지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