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돌봄 (반려, 웨어러블, 배설케어)
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번에 발표한 스마트 돌봄 정책을 보면서, 저는 그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반려로봇, 배설케어로봇, 웨어러블로봇까지. 기술이 어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졌습니다.

1. AI 스마트돌봄, 반려로봇이 말벗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서울시는 올해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반려로봇 50대를 추가 보급합니다. 지난해 430대에 이어 누적 대수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반려로봇은 안부 확인, 투약 안내 같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AI 기반 기기로, 어르신이 말을 걸면 반응하고 쓰다듬으면 반응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로봇이 말벗이 된다는 게 얼마나 실질적인 위안이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는 독거노인 돌봄 현장에서 일했던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누군가 반겨주는 그것 하나라고요. 그 말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다만 숫자를 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정서 돌봄용 반려로봇은 50대를 추가 지원하는 반면, 움직임·온도·습도·이산화탄소·조도·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 6가지 생체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안전관리기기는 이미 1만 3,070가구에 설치돼 있습니다.
여기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란 실내에 존재하는 각종 휘발성 화학물질의 총합을 측정하는 지표로, 환기 상태나 오염 수준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데 쓰입니다.
말벗보다 감시 센서가 260배 이상 많이 깔려 있다는 이 비율이, 시가 어르신을 관계의 대상으로 보는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지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2. 웨어러블로봇 10대로 근골격계 질환을 막겠다는 발상
이번 정책에서 제가 가장 오래 멈춰 선 항목은 웨어러블로봇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착용하면 최대 15kg의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반복적인 신체 동작이나 과부하로 인해 근육, 관절, 인대 등에 누적 손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하며, 요양 현장에서는 허리 디스크, 회전근개 손상, 손목 건초염 등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들과 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분들이 허리를 다치는 건 힘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한 명이 너무 많은 어르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체위 변경, 목욕, 배변 처리를 혼자 반복하다 보면 어떤 보호 장비도 한계에 부딪힙니다.
제가 직접 들은 말 중에 한 명만 더 있으면 다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웨어러블로봇이 아니라 동료 한 명이 필요했던 겁니다.
국내 요양보호사 1인당 담당 어르신 수는 법적 기준인 2.5명을 초과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담당하는 일이 일상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웨어러블로봇 10대로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접근이 진짜 원인을 기술로 봉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 지표는 올라가고 예산 발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저임금과 인력 부족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남습니다.
3. 배설케어로봇이 오히려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로봇 도입을 비슷하게 봤는데, 배설케어로봇 항목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시립요양원 2곳에서 와상환자의 배변과 세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배설케어로봇을 시범 운영 중이며,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 후 하반기에 11개 요양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와상환자란 신체 기능 저하로 인해 스스로 거동이 어려워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를 뜻하며, 장기간 기저귀를 착용할 경우 욕창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욕창이란 지속적인 압박으로 피부와 피하조직이 괴사하는 상태로,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냄새와 신체 접촉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분명한 이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항목에서 더 오래 생각한 건 환자의 입장이었습니다.
가장 사적인 신체 부위를 사람 앞에 드러내야 한다는 수치심, 이건 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는 영역일 수 있습니다.
인간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 반드시 사람의 손길이어야만 하는가,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한참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배설케어로봇은 아래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요양보호사의 신체적·정서적 부담 감소
- 와상환자의 장기 기저귀 착용으로 인한 욕창 예방
- 배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수치심 완화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지점에서는, 기술 도입이 진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스마트경로당과 디지털 격차, 기술이 닿아야 할 진짜 자리
서울시는 올해 11개 자치구 105개 경로당을 스마트경로당으로 전환합니다. 센서 기반의 전기·가스 제어, 화재 및 누전 경보, 출입 감지 등을 포함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보급하는 게 핵심입니다.
스마트홈 시스템이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가정이나 시설의 다양한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통합 환경 관리 체계를 말합니다.
노원·도봉구 노인복지관 2곳도 각각 스마트배움터, 스마트놀이터, 스마트건강터로 구성된 스마트복지관으로 재단장합니다.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마트테이블, AI 기반 스마트팜,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미러 등이 설치됩니다.
하반기에는 찾아가는 디지털 체험버스도 50곳을 순회할 예정입니다.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시설을 직접 찾아가 돌봄로봇, 웨어러블 기기, AI 움직임 분석기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인터넷뱅킹이나 길찾기 같은 스마트폰 기초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 이용률은 70대 이상에서 60%대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격차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당사자가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다만 교육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스마트경로당 동행단처럼 지속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기술과 사람이 같이 가야 한다는 건, 어느 사업이든 결국 같은 결론입니다.
정리하면, 기술 도입이 나쁜 게 아닙니다. 어떤 자리에, 무엇을 대체하기 위해 들어오느냐가 문제입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기술로 메우면 그건 후퇴고, 사람이 닿기 부끄럽거나 위험한 자리에 기술이 들어가면 그건 진보입니다.
이 구분 없이 스마트 돌봄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걸 묶어 발표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진짜 필요한 것들이 계속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이번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복지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