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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마트팜 (고령농, 빅데이터, 6차산업)

호풍이 2026. 5. 19. 20:33

 

 

AI 자동화가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야기, 이제 거의 상식처럼 굳어졌습니다. 저도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 현장에서 도심형 스마트팜 사례를 접하고, 그 상식이 정면으로 흔들렸습니다. 자동화된 농업 환경이 오히려 노동시장에서 가장 오래 밀려나 있던 사람들에게 일할 자리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ai로 농작물을 관리하는 모습

 

 

1. AI 스마트팜, 농가 4% 시대의 해법인가

국내 농가 인구는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4.03%에 불과합니다. 1960년대 57%였던 수치가 60년 만에 이 지경이 된 겁니다. 향후 10년 이내에는 2%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노동력이 이렇게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이라면 스마트팜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 연평균 증가율은 3.9%에 그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농가 인구의 55.8%가 65세 이상 고령층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스마트팜을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은 약 20%에 불과합니다. 복잡한 운용 시스템과 초기 투자 비용이 주된 걸림돌로 꼽힙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마트팜은 정반대입니다.

온실 창문 개폐율을 온도 변화에 맞춰 알고리즘으로 설정하는 일은 IT에 익숙한 젊은 세대도 어려워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기자재 표준화 문제도 겹칩니다. 업체 간 호환성이 없어 특정 업체가 폐업하면 기존 시스템이 통째로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관련 기업의 94.4%가 직원 50인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고, 그중 77.8%는 2015~2020년 사이에 창업한 신생 업체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안정적인 장기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청년농 중심의 지원 정책이 효율적인 건 이해하지만,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농을 배제하고 가는 방향은 농촌 공동체를 서서히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저는 지우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팜 보급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복잡한 운용 시스템으로 인한 고령층 활용률 저조
  • 업체 간 호환성 부재로 인한 시스템 불안정
  • 초기 투자비 약 15억 원 수준의 높은 진입 비용
  • 빅데이터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정밀 자동화 한계

 

2. 진짜 스마트팜이 되려면 빅데이터가 필요한 이유

현재 국내에서 스마트팜으로 분류되는 시설의 상당수는 사실 스마트폰으로 온실 문을 열고 닫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작물의 생육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율적으로 최적화하는 정밀농업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정밀농업이란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 상태 등 수십 가지 변수를 데이터로 수집하고 AI가 이를 학습해 사람 대신 판단을 내리는 농업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방대한 빅데이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빅데이터란 기존의 방식으로는 처리가 어려울 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집합을 말하며, 농업 분야에서는 수치로 측정 가능한 정형 데이터와 농민의 경험과 직관 같은 비정형 데이터가 모두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모으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농가들은 자신의 재배 데이터를 국가와 공유하기를 꺼립니다. 데이터도 일종의 개인정보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아쉬웠던 건 데이터 수집 방식의 허술함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담당자가 방문해 잎의 길이만 재는 수준의 현장 조사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실험 반복성도 없고 조사 방법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데이터를 모아봐야 활용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토마토 생육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적용한 결과 생산량이 13.7% 늘었다는 사례가 있는 걸 보면, 제대로 된 데이터 기반이 갖춰졌을 때의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작물 다양성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스마트팜의 약 80%가 딸기, 참외, 토마토, 파프리카 4개 작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작물에 쏠리는 건 경제 논리상 당연하지만, 그만큼 데이터의 다양성도 좁아집니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가 제한될수록 정밀농업의 범위도 그만큼 좁아지는 셈입니다.

 

 

3. 도심형 스마트팜과 6차산업, 배제된 사람들이 돌아오는 자리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힘들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장애인이나 노숙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일자리를 찾는 일입니다. 일반 사업장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고, 보호고용 사업장은 자리가 늘 부족합니다.

농업이라는 영역은 그동안 이 분들에게 특히 멀게 느껴졌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이고, 무거운 것을 들고, 날씨와 싸우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니까요.

그래서 도심형 스마트팜이 장애인과 노숙 경험자의 자립 일자리로 활용된다는 사례를 접했을 때, 솔직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자동화된 수직농장에서는 환경 제어가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작업이 표준화되어 있어, 신체 조건이나 집중력 유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수직농장이란 흙 없이 물과 영양분만으로 작물을 층층이 재배하는 형태의 시설로, 컨테이너나 지하보도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운영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6차산업의 가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6차산업이란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서비스·체험을 융합한 농업 모델로, 단순 재배에 그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과 카페 운영, 직거래 판매까지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대전시는 2023년부터 도심 공실을 활용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추진해 기술연구형과 테마형 두 가지 모델을 운영 중이며, 테마형의 경우 3개월 뒤 예약이 이미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가진 우려를 하나 더 얹고 싶습니다. 둥구나무 같은 모델이 따뜻한 미담으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직업재활 정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보급 정책이 부처 칸막이를 넘어 실질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도 일선 현장에 닿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 자동화의 진짜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누구를 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마트팜이 청년농의 수익 도구로만 발전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기술로 새로운 배제를 만드는 셈이 됩니다.

고령농과 장애인, 노숙 경험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 그것이 스마트팜 정책이 다음으로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농업·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