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패스트팔로우 전략 (피지컬AI, 숙련공데이터, 제조업경쟁력)
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ChatGPT를 처음 사용한 것이 작년 상반기였습니다. 클라이언트 사례관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AI에게 초안 작성을 요청했더니 30분은 족히 걸릴 작업이 5분 만에 끝나더군요.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전문성이 이렇게 쉽게 대체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면서 깨달은 건, AI가 쓴 내용은 그럴듯하지만 현장의 맥락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과거 산업화 전략이었던 패스트팔로우(Fast Follow)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피지컬AI 전략인데, 과연 이것이 우리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1. 패스트팔로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패스트팔로우(Fast Follow)란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패스트팔로우란 선발주자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추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이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시 우리는 선진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고, 그들의 시장에 저렴한 제품을 수출하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방식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첫째, AI 기술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중공업 시대에는 5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AI에서 5년은 거의 50년에 맞먹는 격차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둘째, 세계화 시대가 끝났습니다. 과거엔 선진국이 기술을 가르쳐주고 시장을 열어줬지만, 2025년 현재는 각자도생의 시대입니다([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https://www.kistep.re.kr)). 미국은 GPU를 외교카드로 쓰고, 중국은 희토류로 협상합니다. 셋째, 더 이상 우리 세대에게 주 150시간 노동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AI 도구를 쓰면서 "다른 복지관에서는 어떻게 쓰나?" 하고 벤치마킹하려 했는데, 아무도 답을 모르더군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니까요. 결국 직접 부딪히며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2. 피지컬AI와 숙련공 데이터의 가능성
피지컬AI(Physical AI)란 물리적 형태를 가진 AI, 즉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는 AI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컴퓨터 화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용접하고,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AI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26만 장의 GPU를 확보하면서 피지컬AI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숙련공의 움직임 데이터입니다. ChatGPT가 인터넷의 글과 그림으로 학습했듯이, 피지컬AI는 사람의 움직임 데이터로 학습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미국은 제조업이 거의 사라져서 알바생들에게 동작을 가르치는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은 울산과 창원에 수십 년 경력의 용접공, 조립공들이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베테랑 숙련공들이 은퇴하기 전에 그들의 동작을 데이터화하면 그것이 한국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치 ChatGPT가 학습한 인터넷 데이터처럼, 한국의 제조 노하우가 AI 학습 데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이 데이터는 우리가 암호화하고 필요한 나라에만 판매하거나 거래할 수 있습니다. 로봇공학에서는 인버스키네마틱(Inerse Kinematics)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버스키네마틱이란 로봇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각 관절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역으로 계산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물병을 잡으려면 손가락, 손목, 팔꿈치의 각도를 모두 계산해야 하는데, 이게 수식으로는 너무 복잡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동작을 수천 번 보여주면 AI가 스스로 학습합니다.
3. 제조업 강국의 역설과 한계
제조업을 유지한 것이 한국의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비행기와 배를 만들면서도 종이빨대 공장이 있고, 반도체를 만들면서도 김치 공장이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드뭅니다([출처: 산업연구원](https://www.kiet.re.kr)). 이런 제조업 생태계가 피지컬AI 시대에는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한국 경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70%가 넘는데 제조업 중심 전략만으로 충분할까요? 사회복지사, 간호사, 교사, 상담사 같은 돌봄 서비스 영역의 노하우는 어떻게 AI화할 건가요? 제가 10년 넘게 쌓은 클라이언트 상담 기술, 위기 개입 노하우도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경쟁력 아닐까요? 둘째, 현장에서는 당장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데 누가 이 데이터화 작업을 주도할까요? 숙련공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고, 젊은 세대는 제조업을 기피합니다. 정부와 기업의 실행 의지와 속도가 관건입니다. 26만 장의 GPU를 받았다는 뉴스는 좋지만, 그걸 활용할 데이터 센터 구축에는 원전 2개와 수십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셋째, 피지컬AI만이 답은 아닙니다. 제가 ChatGPT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때처럼, AI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판단력과 현장 경험입니다. AI가 만든 사례관리 계획서는 그럴듯했지만, 클라이언트의 실제 욕구를 반영하려면 제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로봇이 용접을 한다 해도, 품질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패스트팔로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벤치마킹 자체가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북유럽 복지 모델을 참고하는 것처럼,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입니다. 피지컬AI 전략은 제조업 분야에서 분명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서비스업, 특히 돌봄과 대인 서비스 영역의 AI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느냐입니다. 제가 AI를 초안 작성 도구로 쓰면서 더 중요한 상담에 집중하듯이, 한국도 AI를 활용해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