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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어르신 건강관리 (디지털 격차, 스마트기기, 정책 모순)

호풍이 2026. 5. 22. 23:10

정읍시가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반가움과 우려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도 화면을 켜지 못해 자녀에게 전화하시는 분들, 비닐도 뜯지 않은 태블릿을 거실 한켠에 모셔두신 분들, "이거 잘못 누르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하시며 손사래를 치시던 분들. 이 사업이 그분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걸렸습니다.

좋은 기술과 좋은 의도가 만나도, 그 사이에 있어야 할 다리가 빠지면 결국 누군가는 강 건너편에 남겨집니다. 이 글은 그 다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제가 본 그 다리의 빈 자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ai 가 할머니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모습

 

1. AI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과 디지털 격차,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방문건강관리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어르신과 스마트기기 사이에 놓인, 눈에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입니다. 그 벽은 어르신마다 두께가 다르고, 어떤 분에게는 거의 없지만, 어떤 분에게는 산처럼 높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분들일수록 그 벽이 두꺼운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은 독거 어르신 댁에 방문했을 때, 거실 한쪽에 자녀분이 사다 드린 태블릿이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놓여 있었습니다. "선생님, 잘못 누르면 큰일 날 것 같아서 못 만지겠어요. 자식이 멀리서 사 줬는데, 미안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둬." 그 말씀이 오래 남았습니다. 기기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어르신에게 그것은 도구가 아니라 낯선 물건, 아니 어쩌면 자신의 무력함을 매일 확인시켜 주는 물건이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사 드린 물건이, 어르신에게는 일종의 짐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영상통화를 권해드렸더니 "내가 그걸 어떻게 해. 그냥 전화기로 목소리만 듣는 게 편해" 하시며 손을 내저으셨습니다. 자녀가 멀리 사시는 분이었고, 고혈압 약을 드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이 사업이 우선 대상으로 삼는 그런 어르신이셨습니다. 그분에게 AI 스피커, 블루투스 혈압계, 오늘건강앱 같은 단어들은 단지 낯선 외국어처럼 들릴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문제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 기기와 정보통신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켜고 끄는 것을 넘어서, 앱을 설치하고, 알림을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역량은 한두 번의 교육으로 단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천천히 쌓이는 것입니다.

이 역량의 격차는 실제 수치로도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9.9%에 그치며, 특히 모바일 인터넷 활용 역량 부문에서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https://www.nia.or.kr)). 70%라는 숫자는 얼핏 보면 그리 낮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모바일 활용 영역에서는 더 가파른 절벽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이 바로 그 모바일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즉 평균 격차보다 더 큰 진입 장벽이 처음부터 깔려 있는 셈입니다.

반면 카카오톡으로 손주와 사진을 주고받고, 동주민센터 정보를 직접 검색해 오시는 어르신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선생님, 거기 가면 이거 해준대요" 하시며 인쇄까지 해서 가져오시는 분도 봤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볼 때마다 "이미 정보의 강을 건너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강을 건너지 못한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현장에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강을 건넌 분들과 못 건넌 분들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벌어집니다. 디지털 사회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이런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분만 신청하세요"라는 조건이 붙으면, 그 결과는 명확합니다. 강을 이미 건넌 분들 중 일부가 한 번 더 혜택을 받고, 강 건너편의 분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

 

 

2. 스마트기기, 사업이 제공하는 것들

이번 정읍시 사업의 구성은 나름 촘촘합니다. 참여가 확정된 어르신에게는 6개월간 여러 스마트기기가 제공됩니다. 어떤 기기인지 하나씩 살펴보면, 사업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떤 부분에서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겪을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 활동량계: 일상적인 신체 활동량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손목에 차고 다니며 걸음 수와 활동 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 블루투스 혈압계: 측정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송하는 혈압 측정 기기로, 어르신이 별도로 기록을 적지 않아도 수치가 앱에 쌓입니다
  • 혈당계: 당뇨 관리에 필요한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기기로,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 도구입니다
  • AI 스피커: 음성 명령으로 건강 미션을 수행하고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기기로, 손가락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보완 수단이 됩니다
  • 체중계: 체중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기기로, 식습관과 영양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기기들은 IoT(사물인터넷) 방식으로 연동됩니다. IoT란 각각의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뜻합니다. 즉 혈압계로 측정한 수치가 자동으로 스마트폰 앱에 기록되고, 그 데이터가 보건소 전문가에게 전송되며, 보건소가 이를 모니터링해 비대면 건강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어르신이 따로 기록하거나 전화로 보고하지 않아도, 일상의 측정값이 그대로 데이터가 됩니다.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어르신과 보건소 양쪽 모두에게 부담을 줄여 주는 좋은 설계입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르신들은 건강군, 전허약군, 허약군으로 분류되어 맞춤형 관리를 받습니다. 여기서 전허약군이란 아직 허약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신체 기능 저하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단계를 의미하며, 이 시기에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면 허약군으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악화되기 전에 잡는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전허약 단계의 개입은 정확히 그 지점에 해당합니다. 일단 허약군으로 넘어가면 회복이 어렵고 의료비 부담도 크게 늘기 때문에, 이 단계의 관리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 면접조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분류한다는 점은 제가 직접 겪어본 방문건강관리 방식과 흡사해서, 현장 경험이 반영된 설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직접 만나서 상태를 본 다음, 기기와 데이터로 관리를 이어가는 구조는 비대면 사업이 자칫 빠지기 쉬운 "사람을 모르고 데이터만 보는" 함정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줍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잘 설계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한 번은 사람이 만나서 살펴보고, 이후 6개월간 데이터로 추적한 뒤, 다시 사람이 만나 마무리하는 흐름은 비대면 기술이 잃기 쉬운 인간적 결을 어느 정도 살려 줍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모든 기기와 데이터 흐름이 결국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블루투스 페어링, 앱 알림 확인, 미션 수행 후 입력, 데이터 동기화 오류 시 대응까지 — 이것은 결코 가벼운 진입 장벽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3. 정책 모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탈락한다

이 사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제가 오래 마음에 걸리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줄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굳이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장 필요한 사람이 가장 먼저 빠진다." 그리고 그 빠짐은, 정책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의 입구 자체가 만들어 내는 결과입니다.

모집 공고는 "건강행태 개선이 필요한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합니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소지해야 하며, 스마트폰 기종과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고 조건을 답니다. 이 두 줄은 같은 종이 위에서 서로를 지웁니다. 한쪽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부르고, 다른 한쪽은 그 사람들이 통과하기 어려운 문을 세웁니다. 결국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자가 관리가 가능한 사람들에 가까워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단순히 "조건이 있다"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방향이 목적의 방향을 거스른다는 문제입니다. 독거 어르신이시고, 고혈압이 있으시고, 자녀도 멀리 살아서 자가 건강관리가 가장 절실한 분들이 — 바로 그 이유로 — 스마트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봄 자원이 부족한 환경일수록 디지털 활용 역량도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가족이 가까이 있어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있는 어르신과, 그렇지 않은 어르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가 바로 이 사업이 가장 닿아야 할 분들인데, 동시에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 사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 노인 중 스마트폰을 활용한 건강 앱을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은 전체 노인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https://www.mohw.go.kr)). 다시 말해, 사업의 우선 대상으로 적힌 분들이 실제로는 이 사업에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분들이라는 뜻입니다. 통계의 숫자 뒤에는, 거실 한쪽에 비닐도 뜯기지 않은 태블릿이 놓여 있던 그 어르신 같은 분들이 수없이 계실 것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은 접근성의 전제가 충족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좋은 도구가 있다는 것과, 그 도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술은 거기 있는데, 어르신과 기술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인력과 과정이 빠져 있다면, 사업은 이미 연결된 분들을 한 번 더 연결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통계적으로는 "성과"로 잡히지만 정작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는 아무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형태로 남게 됩니다. 숫자가 좋아 보이는 사업이 실제로는 격차를 더 벌리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기술이 사람을 따라가야 하는데, 지금은 사람이 기술을 따라갈 수 있어야만 복지에 닿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목적을 이루려면 전제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 이것이 이 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균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책의 입구가 정책의 목적을 거부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균열은 정책 설계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비대면 기술에 기반한 모든 복지 사업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구조적 한계에 가깝습니다.

저는 AI와 IoT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기술이 사회복지의 손길을 더 멀리, 더 자주 닿게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앞에 사람이 먼저 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업을 두고 "옳다" 혹은 "그르다"고 한 줄로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시범사업의 진짜 가치는 "성공"이 아니라 "어디서 빠지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정읍시의 이번 시도가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격차를 다음 단계의 설계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처음부터 함께 익히는 초기 교육 지원, 방문형 연계 체계, 동주민센터·복지관·자원봉사자 등 지역사회 자원과 결합한 보조 인력 배치가 병행될 때, 이 사업은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 옆에서 첫 한 달간 함께 기기 사용을 도와주는 사람만 있어도, 탈락률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결국 제가 이 글에서 묻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AI를 누구의 옆에 놓아야 하는가. 이미 강을 건넌 분들의 곁인가, 아니면 아직 강가에 서 계신 분들의 곁인가. 비닐도 뜯지 못한 태블릿이 거실에 놓여 있던 그 어르신의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책 보고서보다 그 거실 안에 더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정읍시보건소 방문보건팀(063-539-6096)으로 직접 문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이며, 전문적인 의료·복지 정책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