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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콜센터의 진실 (콜 감소, AI 평가, 디지털 장벽)

호풍이 2026. 5. 8. 08:41

AI 도입으로 콜 수가 20% 줄었다는 이유로 240여 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자마자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콜이 진짜 줄어든 걸까요, 아니면 걸고 싶어도 못 걸게 막아놓은 걸까요.

 

ai 상담원으로 인해 화가난 고객이 사람인 상담원에게 화풀이하는 모습

 

1. AI 콜센터의 콜 감소, 그 진짜 정체

며칠 전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용건은 단순했습니다. 요금제 변경 하나 문의하려는 거였는데,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단계를 한참 돌았습니다.

IVR이란 전화 연결 전 자동 음성 안내 시스템으로, 1번·2번·3번 식으로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그 미로를 다 빠져나온 뒤에야 "현재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입니다, 약 22분 대기"라는 안내를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 구조는 처음부터 사람 연결을 어렵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AI 음성 안내가 못 알아들으면 처음으로 돌아가고, 메뉴는 복잡하게 꼬아놓고, 대기시간은 길게 만들어 놓습니다.

일부 사용자는 지쳐서 전화를 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건 콜 감소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수요를 차단한 결과입니다.

챗봇(Chatbot)이 콜 감소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챗봇이란 사전에 설정된 시나리오 기반으로 텍스트 또는 음성으로 고객과 대화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 챗봇이 처리하는 건 계좌 잔액 조회처럼 정형화된 단순 업무에 불과합니다. 대출 조건 문의나 민원 처리처럼 고객 개인 상황에 맞는 세밀한 상담은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챗봇 상담 건수가 200% 이상 늘었다는 수치는 맞지만, 그 건수의 질적 무게는 이전 전화 상담과 같지 않습니다. 단순 조회와 복잡한 민원을 같은 자에 놓고 비교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콜센터 상담사들이 체감하는 AI 효용은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STT(Speech To Text)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 여기서 STT란 상담 중 고객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화면에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이전 상담 내용을 복기하거나 고객의 불명확한 발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활용되었을 뿐, 실무적인 도움은 제한적이었다는 게 현장의 평가였습니다. 화면 인터페이스만 바뀌고 일은 그대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2. AI 평가 시스템이 사람의 생계를 건드릴 때

22분을 기다리다 겨우 연결된 저는 상담사분께 짜증 섞인 목소리로 용건을 쏟아냈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나서야 후회했습니다.

그분이 만든 대기시간이 아니었는데도요. 그 분노의 화살이 엉뚱한 곳에 꽂혔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시스템이 만든 좌절을 한 사람이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보다 더 마음 아픈 건 따로 있었습니다. AI가 그 상담사들의 인사평가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평가 항목은 상담 내용, 말의 속도, 어미 처리, 첫인사 방식, 비속어 사용 여부, 상담 시간 등입니다. 이 데이터가 개인 급여에 직접 반영됩니다.

TA(Text Analytics) 시스템이 이 평가를 수행합니다. TA란 텍스트로 변환된 상담 내용을 분석해 품질을 수치화하는 기술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2018년"의 "18년"을 욕설로 잘못 인식해 감점을 매긴 사례처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한 달 생계가 걸린 평가를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 AI가 담당하는 구조, 저는 이걸 도구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AI 기반 인사 평가가 공정하다는 논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지 않아도 이 사례 하나만으로 그 한계가 드러납니다. 공정함이란 맥락을 이해할 때 성립합니다. 맥락 없는 수치화는 공정이 아니라 또 다른 불공정입니다.

또한 상담사들은 AI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도 동원되었습니다. 자신의 상담 녹취를 직접 텍스트로 풀어내는 추가 작업을 수행했지만 별도 수당은 없었습니다.

결국 AI를 훈련시킨 사람이, 그 AI에 의해 평가받고, 그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구조입니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한참 멈췄습니다. AI가 콜센터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TT 시스템으로 상담 내용을 실시간 텍스트 변환하고 화면에 표시
  • TA 시스템으로 상담 품질을 자동 수치화하여 인사 평가에 반영
  • 챗봇이 단순 문의를 처리하고 콜 수 감소 수치를 만들어냄
  • 상담사가 AI 학습용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는 구조로 동원

 

3. 디지털 장벽 앞에 선 사람들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보면 비슷한 풍경을 자주 봅니다. 어르신들이 은행 한 통 하려고 30분 넘게 씨름하시는 걸 옆에서 지켜볼 때가 있습니다.

AI 안내 음성이 알아듣기 어렵고, 메뉴를 잘못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결국 "그냥 안 할래" 하고 끊으십니다. 이분들에게 AI는 편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장벽입니다.

일반적으로 AI 도입이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고객 편의를 개선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낮은 계층에게는 그 반대입니다. 여기서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이 부족한 고령층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은 AI 인터페이스 앞에서 번번이 막힙니다. 자식한테 전화하는 일도, 동사무소에 묻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매일 체감합니다.

수치로도 이 우려는 현실로 확인됩니다. AI가 국내 전체 일자리의 13.1%, 약 327만 개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2030년에는 전체 일자리의 약 90%에서 직무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전망이 맞다면, 지금 콜센터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사회복지 현장 역시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보험사 콜센터에서는 AI 사고 접수 시스템이 정확한 위치를 잘못 입력받았을 때 정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형화된 소통 절차가 고속도로 같은 위험 상황에서 실질적인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AI 도입의 그늘은 일자리를 넘어 안전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AI가 효율을 높인다는 건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효율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짚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기업의 비용은 줄고 상담사의 부담은 늘고 이용자의 접근성은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일 때, 저는 그걸 효율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말해야 할 게 있습니다. 기업을 빼고 보면, 이용자도 상담사도 여전히 사람이 응대하기를 원합니다. AI는 효율의 이름을 빌렸을 뿐, 실은 비용 절감을 위한 명분일지도 모릅니다.

AI가 노동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 사람의 자리를 통째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상담원도, 이용자도, 결국 서비스의 질도 함께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노동 또는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