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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콜센터 AI 통역 (언어장벽, 인력확충, 다문화상담)

by 호풍이 2026. 5. 7.

밤 열한 시에 아픈 아이를 안고 전화를 걸었는데 통역사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현장에서 이 장면의 앞뒤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다누리콜센터에 AI 실시간 통역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책 자료를 읽으면서 한참 멈춰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다누리콜센터에서 ai 가 통역하는 모습

 

1. 다누리콜센터의 언어장벽이 만드는 사각지대

다누리콜센터는 현재 13개 언어로 365일 24시간 운영됩니다. 하루 평균 700~800건의 상담 전화를 처리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아랍어, 스페인어처럼 13개 언어에 포함되지 않는 언어로 통역을 요청하는 상담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야간이나 휴일에는 해당 언어 담당 상담사가 부재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 시간대에 아픈 아이 때문에 연결을 기다리거나 폭력 위기에 놓인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정책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을 사례관리하면서 늘 부끄러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통역 자원이 없어서 그분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개입을 종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AI 자막이 함께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거라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3년 기준 약 25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언어 지원의 수요도 비례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13개 언어 체계가 만들어졌을 당시와 지금의 이주민 다양성은 이미 다른 차원입니다.

사각지대(死角地帶)라는 단어를 복지 현장에서는 자주 씁니다. 여기서 사각지대란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닿지 못하는 공백 구간을 의미합니다. 언어 장벽은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가장 조용하고 가장 잔인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서 잡히지 않는 위기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으니까요.

 

 

2. AI 통역 도입, 기술이 바꾸는 상담의 구조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언어를 번역해주는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AX(AI 전환) 계획에는 세 가지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 실시간 AI 번역 및 자막 전송으로 다국어 상담 장벽 해소
  • 상담 유형 자동 분류와 AI 어드바이저 도입으로 상담 품질 표준화
  • 이중언어 상담 기록 부담 경감을 통한 상담사 업무 효율화

여기서 AX란 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의 약어로, 조직이나 서비스 전반에 AI를 도입해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 과정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구조 전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특히 저는 세 번째 항목이 현장 감각에서 가장 현실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20년 경력의 상담사도 언급했듯이, 이중언어로 상담하면서 동시에 한국어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은 집중력을 분산시킵니다. 상담의 품질이 기록 부담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는 건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공감할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실질적인 개선입니다.

AI-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도 이번 범정부 AX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됐습니다. AI-OCR이란 스캔된 문서나 이미지 속 글자를 AI가 자동으로 인식하고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재난적의료비 지원 업무에 이 기술이 도입되면 서류 처리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PoC(기술검증)도 이번 컨설팅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PoC란 Proof of Concept의 약어로, 실제 사업화 전에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소규모로 검증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정부가 이번 컨설팅을 일회성 자문에 그치지 않고 PoC와 사업화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힌 건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선언으로 끝나는 정책이 아닐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3. 인력확충 없는 AI 도입은 반쪽짜리다

저는 이 정책에 분명히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AI가 모범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거의 첫 번째 영역이 다문화 통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AI 통역이 언어 장벽을 허물수록, 지금까지 잡히지 않던 위기 신호가 더 많이, 더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의 위기 상당수는 언어 장벽 때문에 아예 발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 차단막이 걷히는 순간, 잠재돼 있던 사례들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이때 사례관리자(Case Manager), 위기개입 전문 인력,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도움 요청은 들렸지만 응답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사각지대가 없어진 게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건 기술의 부작용이 아니라, 기술 도입과 인력 확충이 함께 가지 않을 때 반드시 생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현재 약 228개소가 운영 중입니다. 센터당 사례관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곳이 많고, 야간·휴일 위기 대응 체계는 더더욱 취약합니다. AI가 24시간 신호를 포착해주는 동안, 그 신호를 받아 움직일 사람이 같은 속도로 확충되지 않으면 기술 투자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4. 콜센터 너머로, 다문화 접점 전체로 확산되어야

이번 변화가 다누리콜센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언어 장벽은 콜센터 너머 훨씬 넓은 곳에 있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복지 신청을 할 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자녀의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면담이 진행될 때, 경찰서에서 진술을 해야 할 때. 이 모든 접점에서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 되면, 도움 자체가 도달하지 못하거나 왜곡되어 전달됩니다.

AI 통역이 이 모든 이주민 접점 공공 영역으로 확산될 때, 이번 정책의 의미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당연한 정보 접근권과 안전망에 닿을 수 있도록, 기술과 제도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번 다누리콜센터 AX 도입이 그 확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술이 먼저 움직이면, 제도와 인력이 그 뒤를 따라올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함께 이어져야 합니다.

 

 

AI가 듣는 신호를 사람이 받아서 응답하는 구조, 그 연결이 완성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다누리콜센터의 이번 변화가 그 첫 걸음이라면, 다음 걸음은 인력 확충과 영역 확대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정책 자문이 아닙니다.


참고: 출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참고: 출처: 성평등가족부

참고: 출처: 다누리 다문화가족지원포털

참고: 뉴스1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