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청년층 취업자가 15만 6천 명 줄었습니다. 30대, 50대, 60대 취업자는 모두 늘었는데 청년만 혼자 역방향으로 움직인 겁니다. 기사를 읽으며 분노보다 갑갑함이 먼저 왔습니다.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얼굴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 AI 청년 일자리, 줄어든 건 일자리가 아니라 진입 기회였다
청년 고용률은 43.5%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24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하락세입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 고용률이 전부 올랐다는 사실이 이 수치를 더 무겁게 만듭니다.
충격이 특히 집중된 분야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입니다. 정보통신업이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군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프로그래밍, 영상 제작, 데이터 처리 등을 포함하는 분야입니다.
바로 이 분야에서 올해 2월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가 1년 새 9만 5천여 명 감소했고, 이는 해당 두 업종 전체 연령 감소 폭의 65.1%에 달했습니다. 같은 충격을 두고 청년이 3분의 2 가까이를 떠안고 있는 구조입니다.
생성형 AI의 확산이 이 흐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생성형 AI란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로,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급속도로 상용화되었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약 2년간 청년층 고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관리업에서 11.2%, 정보 서비스업에서 23.8% 감소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며 한 가지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AI가 일자리 총량을 줄인 게 아니라, 기존 직원은 자리를 지키면서 신규 채용 문을 닫는 방식으로 충격이 분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대기업 IT 부문 46세 부장이 5년 넘게 20대 신입 없이 대리·과장 시절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다는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건 능력의 격차가 아니라 진입 장벽의 문제입니다. 진입 장벽이란 특정 산업이나 직군에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을 말합니다. AI 시대에 이 장벽은 점점 더 두껍고 더 빠르게 세워지고 있습니다.
AI 대체 충격이 청년에게 집중되는 핵심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업이 신입 채용 대신 AI 툴 도입을 선택하면서 진입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화되어 첫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회계, 법률, 설계 등 전문직 분야에서도 초급 업무부터 AI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 코딩, 데이터 분석 등 '뜨는 기술'을 따라 준비했지만, 준비가 완성되기 전에 해당 기술의 유효 기간이 끝나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신입 채용이 10년 전 300명에서 현재 100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현직 회계사의 말이, 제가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직관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신입 회계사 두 명을 안 뽑는 자리에 AI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2. 방향이 사라진 청년,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청년 자립 프로그램을 곁에서 지켜봐온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 청년들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코딩이 유망하다고 해서 코딩 학원을 등록하고, 데이터 분석이 뜬다고 해서 자격증을 따고, 인턴을 두 곳 세 곳 거치며 경력을 쌓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건, 그렇게 2~3년을 준비한 자리가 어느 날 AI에 통째로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청년이 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열심히 안 한 게 아니에요. 열심히 했는데 방향이 사라졌어요." 이 말 한 마디가 지금 청년 세대 전체의 처지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답답한 건 한국 사회가 그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턴을 거치고 자격증을 따고 어떻게든 다음 길을 모색하는 청년조차 '쉬는 청년'으로 분류되는 추세를 봅니다. 방황이 곧 실패로 처리되는 사회에서, 청년은 이미 변화에 대응할 권리조차 빼앗긴 채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입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개념이 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 유효합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내부자(현 재직자)와 외부자(신규 진입자) 사이에 보호 수준과 임금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구조를 뜻합니다. AI 시대에 이 구조가 더 공고해지면서, 재직자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반면 신규 진입자는 아예 채용 자체가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 지점을 지적합니다. 고려대 강성진 교수는 몇 년 전 필수라던 코딩 교육이 이제 AI로 무의미해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는 공감하는 편입니다.
다만 교육 체계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교육이 바뀌어도 채용 문이 열리지 않으면, 준비를 잘한 청년만 더 오래 대기하다 지치는 결과가 반복될 뿐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는 한, 어떤 교육 개편도 청년의 갑갑함을 풀어주지 못합니다.
3. AI 대 청년이 아니라, 분배의 문제다
"AI 대 청년"이라는 구도로 이 문제를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도구이고, 신입을 뽑지 않기로 결정한 건 사람입니다. 시행착오를 실패로 처리하는 노동 문화, 나이로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사회 분위기도 사람의 선택입니다.
그렇다고 기업만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솔직히 기업 입장도 이해됩니다. 신입을 가르치는 비용보다 AI가 즉시 결과를 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합리적 선택들이 사회 차원에서 모이면 청년이 통째로 사다리에서 밀려난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합리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미국 MIT의 분석에 따르면, AI 기술이 미국 전체 노동시장의 11.7%, 임금 규모로 약 1조 2천억 달러(약 1700조 원)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AI 대체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충격을 청년에게만 집중시키는 분배 방식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청년이 겪는 상황은 약자에게 가장 먼저 충격이 집중되는 사회 구조의 한 단면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이 청년에서 멈출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청년에게 모든 충격을 떠넘기는 분배 방식이 지속되면, 결국 그 충격은 고령층으로 옮겨가고 종국에는 모든 사람의 일자리가 좁아지는 시대로 갑니다. 직업이 있는 사람이 유니콘이 되는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흐름의 충격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책의 일이고, 노동 문화의 일이고, 무엇보다 사회복지가 지금 청년 옆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막막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쓰면서도 명확한 해법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 막막함을 청년 개인의 무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 그 막막함을 함께 인정하고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 그게 지금 사회복지가 청년 옆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노동·취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출처: 조선일보 원문 기사
참고: 출처: 한국은행
참고: 출처: 국가데이터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