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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복지 상담, 사각지대 발굴 (위기가구, 낙인효과, 사례관리)

by 호풍이 2026. 5. 15.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드디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1년 동안 AI 상담사가 43만 명에게 전화를 걸고, 그중 26만 명을 실제 복지 서비스와 연결했다는 결과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오래 느껴온 문제, 즉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발굴되지 못한 채 묻히는 구조적 한계를 이 숫자가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i가 대상자를 발굴하는 모습

 

1. AI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 1년간 43만 명을 움직였다

사회복지에서 가장 오래된 숙제 중 하나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입니다. 사각지대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제도권 복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지원 정보를 몰라서, 신청 방법을 몰라서, 심지어 본인이 지원 대상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발굴되지 못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정부는 매년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47종의 위기정보를 수집해 위기 가구를 파악합니다. 위기정보란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행정 데이터 신호를 말합니다. 이 명단을 바탕으로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초기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기존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이 초기 상담이 보기보다 훨씬 소진이 큰 작업입니다. 명단에 100명이 있어도 하루에 실제로 연결되는 분은 극히 일부고, 전화를 끊는 분, 다시 받지 않는 분, 중복 명단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정작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한 분에게 집중할 시간이 없어집니다.

초기 상담에 인력이 묶이면 사례관리(Case Management), 즉 위기 가구에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전문 업무에 쏟을 역량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됩니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01개 시군구에 시범 도입된 'AI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초기 상담 정보 시스템'은 이 1차 관문을 AI가 맡는 방식입니다. AI 상담사가 시나리오 기반으로 건강, 경제, 고용 상황 등을 물어보고, 상담 내용을 정리해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합니다. 1년간 43만 1,087명이 상담을 완료했고 그중 26만 5,954명이 지자체와 연계됐습니다.

 

 

2. AI는 사례발굴, 사람은 심층상담의 분업 구조

제가 이 분업 구조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본 지점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AI가 스크리닝(Screening), 즉 위기 신호가 있는 대상자를 1차로 걸러내는 역할을 맡고, 사람은 그 이후의 심층 상담과 서비스 연계에 집중하는 흐름입니다. 스크리닝이란 대규모 대상 집단에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빠르게 추려내는 첫 번째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 흐름이 자리를 잡으면, 사회복지사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마치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인력 확충 같은 효과입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함께 갖춰져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 AI 도구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입니다.
  • AI가 더 많은 위기 신호를 발굴할수록, 그 신호를 받아 심층 상담을 진행할 사례관리 인력도 비례해서 확충되어야 합니다. AI가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잡히지 않던 일을 더 많이 잡아오기 때문입니다.
  • 상담 내용과 판단의 최종 검토는 반드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AI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 즉 위기 상황을 놓치거나 반대로 과잉 분류하는 경우를 사람이 보완해야 합니다.

특히 두 번째 조건이 가장 우려됩니다. AI가 발굴해온 26만 명을 받아서 심층 상담을 진행할 사회복지사가 충분하지 않다면, 발굴은 늘었는데 실질적인 도움 연계는 늦어지는 새로운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기술 도입과 인력 확충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가야 합니다.

 

 

3. 낙인효과로 막힌 청년 접근성 문제

이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제가 현장 감각으로 짚어야 한다고 느끼는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청년 접근성 문제입니다.

60대 이상 상담 완료율이 46.8%인 반면, 20대는 18.5%에 그쳤습니다. 이 격차를 단순히 응답률 차이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낙인효과(Stigma Effect)가 작동하는 신호입니다.

낙인효과란 특정 집단이나 상태에 붙는 부정적 사회적 인식이 당사자의 행동을 억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복지 대상자"라는 분류가 청년에게는 자존감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가옵니다. AI 상담사가 건네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라는 질문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청년 사각지대는 전화 한 통으로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층입니다. 정보 접근성은 청년이 더 뛰어나지만, 본인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는 오히려 더 큰 심리적 장벽이 있습니다.

AI 전화 상담이 이 층을 잡기 어렵다면, 낙인이 약한 채널을 병행해야 합니다. 청년재단, 고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비복지 영역과의 연계, 또는 청년이 자주 접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위기 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채팅 상담, 청년 친화적 앱 기반 자가 진단, 직장이나 학교를 통한 자연스러운 연결 같은 다양한 진입로가 같이 깔려야 청년 사각지대가 줄어듭니다.

 

 

4. 보이스피싱 혼동,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보이스피싱 혼동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고령층 한정 이슈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AI 상담사는 본질적으로 경제 상황, 건강 상태, 채무 여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습니다. 이는 사기 전화가 가장 노리는 정보들과 정확히 겹칩니다. 일반인이 진짜 정부 AI 상담과 사기 전화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보면, 기관 사칭형 사기는 꾸준히 증가 추세입니다. AI 상담 전화가 늘어날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상담 시스템에는 반드시 다중 검증 장치가 설계돼야 합니다. 사전 안내 문자의 발신 번호 통일, 정부24 또는 복지로에서 본인이 대상자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의심될 경우 주민센터에 전화해 진위를 확인하는 콜백 시스템이 기본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효율을 조금 잃더라도 안전 절차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것,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정부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복지 행정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AI가 복지 현장에 들어오는 흐름 자체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AI가 잡아오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과 제도가 함께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숫자만 커지고 실질적인 변화는 작아지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청년 접근성과 보이스피싱 문제를 보완하면서 AI와 사람이 분업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간다면,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라는 오래된 숙제에 실질적인 진전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시범사업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행정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출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참고: 출처: 복지로

참고: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참고: 동아일보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