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행정업무가 전체 업무의 7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그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봤으니까요.그런데 그 70%를 AI로 줄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정확히는 벤처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요.솔직히 첫 반응은 부러움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반응은, 과연 그게 현장에서도 통할까였습니다.

1. AI 사회복지사, 벤처 사회복지사와 GPTs 활용
벤처 사회복지사란 특정 복지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과 아이디어로 독자적인 사회복지 실천을 해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벤처란 단순히 창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기존 틀 밖에서 도전하는 모험 정신을 담은 개념입니다. 이 용어가 처음 제안된 건 2002년이니,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껏 한국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개념을 다시 주목하게 된 건 GPTs 때문입니다. GPTs란 ChatGPT를 기반으로 특정 용도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AI 챗봇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직접 설계한 나만의 ChatGPT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한 벤처 사회복지사는 이 GPTs를 사회복지 행정업무에 특화된 챗봇 30개로 구성해 공개했습니다.
상담 일지, 회의록, 보도자료 작성을 도와주는 문서 챗봇부터, 사업계획서를 첨부하면 면접을 시뮬레이션해주는 면접관 챗봇, 주민 조직화를 지원하는 챗봇까지입니다.
저는 이 시도가 갖는 의미를 작게 보지 않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지쳤던 순간은 처우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서류를 쓰다 하루가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그 감각을 알기 때문에, 행정업무 자동화의 가능성 자체는 분명히 응원합니다. 행정업무 자동화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문서 작업을 기술로 대신 처리해 인력이 본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모임에는 현재 약 70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경남 지역 내 활동자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편 2023년 사회복지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1명, 즉 31.6%가 이직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처우 불만이 아니라, 현장 구조 자체에 대한 피로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2. AI 활용의 가능성과 제가 직접 본 현실
일반적으로 AI가 행정업무를 줄이면 그 시간이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현장에서 효율이 올라가면 그 공백은 십중팔구 새로운 업무로 채워졌습니다. 인력이 줄거나, 담당 사례 수가 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이건 나쁜 의도 때문이 아니라 복지 현장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조직 문화와 인력 배치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효율의 혜택은 이용자에게 닿지 않습니다.
제가 이 비전에 대해 검증하고 싶은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록의 획일화 문제: 모든 사회복지사가 동일한 챗봇으로 상담 일지를 작성하면 기록 속도는 올라가지만, 각 사회복지사가 사례를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기록은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니라 실천 철학이 담기는 자료입니다.
- 효율이 이용자에게 닿지 않는 구조: 행정업무 시간이 줄어도 그 시간이 어르신이나 장애인과 마주하는 시간으로 자동 전환되지 않습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기술만 도입되면 효율의 수혜자는 이용자가 아닌 기관 운영 효율이 될 수 있습니다.
- 기록을 통한 성찰 기회 상실: 사회복지사가 직접 사례를 글로 옮기는 과정은 단순 행정이 아니라 자기 실천을 되돌아보는 성찰 행위입니다. AI가 대신 써주면 이 통로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항목은 제가 가장 오래 멈춰 선 지점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직접 사례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기 행동과 판단을 의도적으로 되짚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 성찰 행위가 쌓여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길러집니다. AI가 기록을 대신해주는 순간, 행정 시간은 줄어도 사회복지사 본인의 성장 통로는 함께 사라집니다.
3. 그래도 응원하는 이유와 검증해야 할 자리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AI 데이터 활용 가능성은 진지하게 봐야 합니다.
복지 사각지대란 사회보장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방치된 취약계층을 말합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쌓이면 AI로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이를 복지 정책 개발에 활용하는 데이터 기반 사회복지가 가능해집니다.
데이터 기반 사회복지란 통계와 데이터를 근거로 복지 욕구를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국내 사회복지 종사자 현황을 보면 종사자 평균 연령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신규 진입자 비율은 줄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라는 모델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의미 있습니다. 저도 처음 자격증을 들고 현장에 섰을 때,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다른 고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비전이 진짜로 작동하려면 기술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합니다. 챗봇 30개가 보급된다고 해서 사회복지사가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 도구를 어떤 철학으로 사용하느냐, 그리고 조직이 그 여유를 어디에 쓰느냐가 핵심입니다.
제가 이 비전을 응원하면서도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라는 개념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현장에 실제로 닿을 때는 기술보다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자꾸 든 생각은, 그 사람의 길을 검증하기 전에 내가 가지 않은 길을 인정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답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사회복지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