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관찰관 한 명이 수십 명을 동시에 관리한다는 사실,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위기가정 사례관리를 하면서 보호관찰 대상자가 포함된 가정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면 "지금 사례가 너무 많아서요"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 뒤에 있는 빈자리를, 한참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1. AI 재범예측, 현장 인력 부족이 먼저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동시에 수십 명을 관리한다는 사실, 직접 현장에서 마주하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AI가 보조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AI 재범예측 기술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솔직하게 풀어본 것입니다.
제가 위기가정 사례관리를 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힌 벽은 다름 아닌 연락 두절이었습니다. 사례 가정 안에 보호관찰 대상자가 포함된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담당 보호관찰관과 연결을 시도하면 응답이 늦거나 "지금 사례가 너무 많아서요"라는 말을 듣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건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구조적인 인력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11월, 국회 여의도에서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가 주최한 추계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키워드는 AI를 활용한 재범위험성 평가였습니다.
재범위험성 평가란 출소자 또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앞으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수치화하거나 등급화하는 평가 체계를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담당자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AI가 이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AI 기술이 맞춤형 수용관리와 교정·교화 프로그램, 재범위험성 평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맞춤형 수용관리란 수용자 개인의 심리 상태, 행동 패턴, 범죄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처우를 개별화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모든 수용자를 똑같이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교정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법무부는 정부의 AI 대전환 사업에 발맞춰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재범예측 모델과 법무병원 대상자의 행동관리 시스템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자감독이란 위치추적 장치 등을 통해 고위험 출소자의 동선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단순한 위치 확인을 넘어, 행동 패턴의 이상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AI가 보호관찰 현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행동 패턴 이상 징후의 조기 감지 및 담당자 알림
- 재범위험성 등급의 실시간 업데이트
- 개인별 맞춤형 교정·교화 프로그램 연계
- 보호관찰관의 사례 우선순위 판단 보조
2. 낙인효과 논란, 저는 다르게 봅니다
AI 재범예측 기술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비판이 바로 낙인효과입니다. 낙인효과란 한번 범죄자로 분류된 사람이 그 꼬리표 때문에 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제되고, 결국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뜻합니다.
AI가 특정인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 그 사람에 대한 차별과 감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낙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리 공백이었습니다.
보호관찰관이 한 명당 수십 명을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고위험 대상자를 제때 포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잡아내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지역사회 전체로 돌아옵니다. 낙인의 위험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관리 인프라가 작동하고 있어야 그 논의가 의미를 갖습니다.
오히려 저는 일정 수준의 낙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본인이 저지른 행위의 무게를 잊지 않고 계속 상기해야 재범 가능성이 줄기 때문입니다. 낙인을 무조건 없애야 할 부정적 요소로만 보는 시각은, 피해자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관점일 수 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도 이 자리에서 한번 범죄자가 되면 그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공동체의 따뜻한 관심이야말로 진정한 재범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따뜻한 관심을 실현할 물리적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실질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출소자 한 명에게 필요한 요소들은 중층적입니다. 주거 연계, 취업 지원, 정서적 상담,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재범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이 모든 것을 수십 명 대상자에게 고루 챙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돌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담당자의 개인 역량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습니다.
3. AI 재범예측, 보호관찰관의 눈과 손을 늘리는 인프라
저는 AI 재범예측 시스템의 핵심 가치를 보호관찰관의 업무를 양적으로 보조하는 데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범 위험도 퍼센트가 개인의 행동 패턴과 심리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면, 보호관찰관이 관리감독하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지금처럼 형식적인 정기 면담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위험 신호를 데이터가 먼저 알려주는 것이죠.
이게 가능해져야 출소가 출소답게 작동합니다. AI 보조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출소자가 사회로 나오는 순간부터 담당자의 시야 밖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다시 시야에 들어오는 시점은 안타깝게도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AI가 만능은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에 기존의 편향이 담겨 있다면, 특정 집단에 대한 위험도가 부당하게 높게 산출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기술 도입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영역입니다.
다만 검증의 책임을 이유로 도입 자체를 미루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관리 공백 속에서 흔들리는 출소자와 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에게 책임을 미루는 일이 됩니다.
결국 AI는 보호관찰관의 눈과 손을 물리적으로 확장해주는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합니다. 효율성과 인권보호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생각엔,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개별 대상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인권 중심의 접근도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AI 재범예측을 둘러싼 논의는 그동안 낙인효과와 알고리즘 편향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 우려가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시선은 그 앞에 놓인 더 큰 빈자리, 즉 관리 공백을 먼저 응시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수십 명을 감당하는 구조 위에서는 어떤 인권 논의도 절반의 효력만 가집니다.
제가 사회복지 시각에서 마지막까지 강조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AI는 보호관찰관의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의 눈과 손을 물리적으로 늘려주는 인프라여야 합니다. 효율성과 인권보호는 양자택일이 아니며, 오히려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작동해야 개별 대상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인권 접근도 가능해집니다. 출소자, 그 가족, 지역사회 모두에게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않으려면 이 순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기술의 편향과 인권의 무게, 피해자의 안전과 출소자의 재기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현장의 빈자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그 흔들림 속에서 길을 찾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출소자의 사회복귀 앞에서, 어느 자리부터 먼저 채워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참고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